날개 다친 나비
주말에 자주 찾는 작은 계곡이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시 걸어들어가면
금방 깊은 산골에 와있는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몇 평 되지 않는 대웅전과
아무렇지 않게 길가에서 대야에 머리 감고 계신 노스님을 뵐수 있는
소박하고 낡은 사찰도 좋습니다.
두세 걸음 앞에 나비가 날아갑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여느 나비보다 무척 느리고
나는 모양새가 이상합니다.
비틀비틀
휘청휘청
자주 땅바닥에 앉고 날기를 반복하며
마치 안내하는 사람처럼
저와 일정한 거리에 두고 있습니다.
땅에 앉았을 때
가만히 다가가 보았습니다.
날개를 접고 있을땐 잘 몰랐는데
세상에.. 날개 한쪽이 거의 절반쯤 뜯겨져 있습니다.
어떻게 저 날개로 날았을까.
어떻게 저 날개로 계속 살아가나.
얼마나 힘들까.
갑자기 나비의 팬이 되어
한참을 따라갔습니다.
생각보다 나비는 참 씩씩했습니다.
자주 쉬고 느리긴 했지만 어느덧 먼 숲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사라진 숲속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다친 날개 있더라도, 정성을 다해 날개짓을 하면 된다고
더디더라도 자주 쉬더라도, 정성을 다해 스스로의 갈길을 가면 된다고
작은 미물에게
고운 선물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