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다친 나비

주말에 자주 찾는 작은 계곡이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시 걸어들어가면

금방 깊은 산골에 와있는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몇 평 되지 않는 대웅전과

아무렇지 않게 길가에서 대야에 머리 감고 계신 노스님을 뵐수 있는

소박하고 낡은 사찰도 좋습니다.

두세 걸음 앞에 나비가 날아갑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여느 나비보다 무척 느리고

나는 모양새가 이상합니다.

비틀비틀

휘청휘청

자주 땅바닥에 앉고 날기를 반복하며

마치 안내하는 사람처럼

저와 일정한 거리에 두고 있습니다.

땅에 앉았을 때

가만히 다가가 보았습니다.

날개를 접고 있을땐 잘 몰랐는데

세상에.. 날개 한쪽이 거의 절반쯤 뜯겨져 있습니다.

어떻게 저 날개로 날았을까.

어떻게 저 날개로 계속 살아가나.

얼마나 힘들까.

갑자기 나비의 팬이 되어

한참을 따라갔습니다.

생각보다 나비는 참 씩씩했습니다.

자주 쉬고 느리긴 했지만 어느덧 먼 숲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사라진 숲속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다친 날개 있더라도, 정성을 다해 날개짓을 하면 된다고

더디더라도 자주 쉬더라도, 정성을 다해 스스로의 갈길을 가면 된다고

작은 미물에게

고운 선물을 받습니다.


Copyrightⓒ1999 musicmount.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