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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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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 다녀왔습니다.

빨간 등대가 보이는 곳에 차를 주차하고

노란 리본이 휘날리는 길을 따라 걷습니다.

가을 날씨는 이렇게 부서질 듯 상쾌한데

마음과 걸음 가벼울리가 없습니다.

근처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전화를 합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실종자 가족, 유가족 분들에 대한 말입니다.

여기 사람들 세월호 때문에 먹고 살길 막히고 다 죽어간다고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에 대한 섭섭함이 많이 묻어납니다.

등대 옆에서는 차마 믿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집니다.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성들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오늘따라 고기가 잘 잡힌다고 히히낙낙입니다.

바로 옆에는

매일 매일 딸을 위해 바치고 있는 아침밥상이

바닷바람 속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아무일 없었다는듯 그렇습니다.

먹을거리를 조금 나누려 방문한 진도체육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찰과 자원봉사자분의 표정과 분위기에서

힘들고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얼굴에는 슬픔의 작은 조각도 발견하기 어렵고

그저 멍한 표정과 성의없는 답변들이 오고갑니다.

하늘로 떠난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어른들이, 세상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어디를 쳐다보며 어떻게 걸어가야 하겠냐고

답답한 마음은 커지는데

조금씩 조금씩 고요해져가는 주변이 암담합니다.

그래도

그래도

힘을 내야겠지요.

주저앉거나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하겠지만

먼훗날 생각하며 조금씩 힘을 내야겠지요.

진도의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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