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나무

길을 걷다보면
조금씩 흥얼거리게 될때가 있고
흥얼거리다 보면
어떤 멜로디가 계속 반복될때가 있습니다.
때론 몇분씩, 몇시간씩
심할때는 몇일동안도 그렇습니다.
계산하거나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특정한 소리들의 배열이 계속되면서
천천히 하나의 곡으로 다듬어져 갑니다.
그럴때면
꽃집에서 마음에 드는 꽃들을 하나씩 골라
신문지에 곱게 싸서 품에 안듯 기분이 좋아집니다.
작사도 그런 것 같습니다.
특정한 사람이나 상황이 그냥 마음속에 떠올려지고
그와 관련된 단어들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는 느낌.
조심스럽게 손으로 집어올리듯
노트에 이렇게 저렇게 끄적거리다 보면
하나씩 하나씩 문장으로 다듬어져 갑니다.
아래 적은 가사는
노래곡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선은 오카리나 연주곡을 위한 것입니다.
많이 그리운 분을
많이 그리며 썼습니다.
곡 : 바보나무
1.
바보같은 마음으로
바보나무 한그루가
먼 길을 홀로 걸어 내 마음 속에
아주 작은 씨앗들을 놓아두고 갔어요
2.
바보같은 씨앗들이
하루하루 자라나서
어느새 꽃 피우고 여린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바쁜 걸음 찬 가슴속, 시들어만 갔어요
(중략)
3.
바보같은 나무들이
바보같이 손을잡고
어느새 큰 숲이되고 강물이 되서
온세상 가득 고이며 일렁이게 했어요
4.
바보같이 살았지만
바보같이 떠났지만
그대 남긴 씨앗들이 누리에 퍼져
온세상 바보들에게 크게 외치죠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5.
바보같은 마음으로
바보같은 사랑으로
새벽바람 글썽이던 그날이 오면
저도 먼길 걸어 씨앗 하나 심고 올께요
그 평화의 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