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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장한 민들레꿈 공부방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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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민들레 국수집에 왔습니다.

별로 바쁘지도 않으면서,

이런 저런 매여있는 일들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온길.

큰길에서 국수집까지 이어진 나즈막하고 좁은 언덕길을 오를때면

늘 마음이 설레입니다.

한결같이 오가는 손님들도 반갑고

오랜만에 뵙는 여러 민들레 식구들도 반갑습니다.

마침 서영남 대표님이 필리핀으로 출국하신 날이라

필리핀 민들레 국수집에 보낼 영어 동화책들은 잠시 보관해 두기로 했습니다.

박스들을 카트에 싣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가

식구분들중 한분의 방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북콘서트때 함께 했었던 재찬씨는

그사이 몇 달간 필리핀을 돕고 왔다면서 여전히 수줍게 웃습니다.

설거지를 하러 국수집에 들어가니 낮선 얼굴들이 보입니다.

한국에 시집온 필리핀 아주머니들입니다.

민들레 국수집에서 다문화가정 모임을 만들어

한국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있는 필리핀 여성들을 돕고 있습니다.

메르스 덕분에 모두 마스크를 썼지만

환하게 맞아주는 미소를 가리지는 못했습니다.

오시는 손님들에게 ‘손 씻고 들어오세요’ 라고

약간은 서툴지만 친절한 한국말이 정겹습니다.

동천홍에서 수년째 보내주시는 짜장 덕분에 맛있는 점심도 얻어 먹고

맛있는 찍커피도 마시며 찬찬히 돌아 봅니다.

깔끔한 사모님 덕분인지 구석구석이 모두 깨끗하고

국과 반찬들도 모두 맛있고 정갈합니다.

새로 마련된 ‘민들레꿈 공부방’ 에도 가 보았습니다.

그 전의 공부방은 다른 건물의 2층에 있었는데

어른들도 처음엔 무서울 만큼 좁고 가파른 계단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햇살이 환히 비추는 1층에

깨끗하게 마련된 탁자와 의자, 그리고 큰 칠판.

통유리창으로 내다보이는 거리를 바라보며

아이들이 더 안전하고 마음껏 배우고 놀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 12년.

3백만원으로 식탁하나 달랑 놓고 시작한 국수집이

벌써 12년을 넘었습니다.

정부지원도 없고 기업후원도 없이

오로지 선한 마음, 나누려는 마음만으로 그렇게 버텨갑니다.

천국이 있다면

이곳과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산해진미에 술과 고기가 넘치는

매일 연회가 벌어지는 곳이 아니라

사과 한쪽도 서로 나누어 먹을 마음이 가득해서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 있어도, 기꺼기 안아줄 마음 가득해서

아무리 못나고 부족해도 사랑받고 존중받는 손길 가득해서

언제나 따뜻한 미소 가득한 곳

누구나 진정 기대어 쉴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천국일거라 생각합니다.

눈치보지 않고 한 끼 식사를 배불리 드신 노숙자 손님들이

안도의 눈빛으로 식당 문을 나섭니다.

그분들의 등 뒤에서

멀고 먼 타지에 시집온 필리핀 아주머니들이

‘안녕히 가세요’ 라고 따뜻하게 인사를 건넵니다.

그렇게 민들레 국수집의 하루가

차곡차곡 곱게 쌓여져 갑니다.

이곳과의 인연이

새삼 고마운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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