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주인장이 뉘신가?

베란다 한편에 작은 화분을 여러 개 놓아두니, 벌들이 점점 모여듭니다.

쏘일까봐 겁도 나고 귀찮기도 합니다.

수도에 연결해놓은 호수 꼭지를 조정해서 넓게 분사되는 모양으로 벌들 쪽을 향해 뿌리니

허겁지겁 멀리 도망가는 모양이다가, 곧 공격대형을 갖춰서 날아듭니다.

제 마음과 행동이 적대적이니, 벌들이 저를 공격하는 것도 당연하지요.

의기양양하게 물을 뿌려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ㅠㅠ

아 뜨거라! 겁을 잔뜩 집어먹고 거실 안으로 뛰쳐 들어왔습니다.

허둥대던 제 꼴이 우스워 혼자 웃다가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잠시 벌들이 노는 모양을 바라봅니다.

한 여름에 꽃들이 여럿 있는 곳을 찾았으니

그곳에서 노는 것이 벌들에게는 너무 당연하고 즐거운 일이겠지요.

이리 저리 평화롭게 날아다니고 앉아서 쉬고

한적한 유원지에 놀러온 피서객들처럼 좋아 보입니다.

꽃을 가져다 놓고 벌은 오지 않기를 바랬으니

제 마음이 어리석습니다.

다시 거실문을 가만 가만 열고 나가서

네다섯쯤 되어 보이는 벌들에게 웃으며 얘기합니다.

“재미있게 잘 놀다가시게”

사람의 등장에 잠시 웅웅 대던 벌들이

제가 옆 테이블에 가만히 앉아 있자 곧 자기들이 하던 일들을 계속합니다.

자연이 ‘주’ 고

사람은 ‘객’ 일 뿐이라는 것.

정치판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주와 객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지금 조금이라도 지켜지는 것인지 모르겟습니다.

마음 아픈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보입니다.

우리네 사는 모양이 점점 그렇게 되는가 봅니다..

언젠가부터 눈을 감고 귀를 닫은

그렇게 마음을 문을 닫아버린 것이 일반적인 모양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게 어울릴수 있음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누군가와 무엇인가와 비슷해지기 위해

다들 애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새로 만든 신도시나 건물에 가면

모든 집의 모양이 거의 똑같고

모든 상가의 간판이 거의 똑같습니다.

거리엔 비슷비슷한 차들이 넘쳐나고

옷들과 소품들도 비슷해져 갑니다.

돈이 없으면

길을 가다가 잠시 앉아서 쉴 자리도 없는 것 같습니다.

행복하게 편안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인지

그런 방향으로 조금씩이라도 걸어가고 있는 것인지

차 한잔 앞에두고 가만히 눈 감아 봅니다.

* 추신..

부디 웃을 일 많아지도록

조그마한 돌에 ‘미소 소’자 새겨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