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새기는 마음


올해는 여러가지 마무리할 일들이 많은 해입니다..

그중에 일부는 이미 잘 마무리 되었지만

일부는 게으르고 부족한 탓에 쩔쩔 매고 있습니다.

주제 넘게 새로 익히고 연습하는 일들이 늘어나서인지

비교적 잘 정돈되어 있던 시간관리들이 흐트러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망증까지 심해져서인지 참 어렵습니다 ㅠㅠ

그렇게 이런 저런 탓을 바깥으로 돌리면서

노력과 마음 부족한 걸 요리조리 핑계대며 빠져나가고 있었는데

고운 인연으로 알게된 어른 한분의 소식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평생의 꿈이셨던 어떤 작은 공간을 드디어 마련하시고

세상에 소중한 선물이 될수 있는 준비를 차곡 차곡 하고 계신 소식이었습니다..

전통과 예술의 기운이 가득한

성북동 자락에 예쁘게 자리잡게 될 사랑방 같은 공간.

한편으로 너무나 기쁘고

한편으로 너무나 샘이나고 ^^

제 일처럼 설레는게 참 좋았습니다.

공간의 이름을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시면서

‘빈배’ 라는 이름이 들어있었습니다.

빈배..

며칠 동안 계속 마음속에 머무는 단어입니다..

늦은 시간,

나무 하나와 칼을 꺼내고

밑그림 없이 그냥 새겨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보통때라면 여러 번 종이에 쓰고

마음에 드는 것을 나무에 붙인뒤 따라서 새기겠지만

왠지 이번 글씨는 오로지 느낌에 의지해야 할 듯 했습니다..

자연적으로 생긴 나무결의 색상을 기준으로 음과 양, 하늘과 땅을 구분하고

‘빈’ 자의 ‘니은’ 받침을 배 모양 삼아 새긴후

나머지는 모두 서로간의 소통을 하는 모양으로 연기가 흐르듯 새겼습니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서로 돕고

오래됨과 새로움의 기운이 합심하여 흐르는 곳이기를 바랍니다..

끌과 망치로 바닥면을 치니

나무 파편들이 파도처럼 튀어 오릅니다.

거친 파도를 힘차게 헤치고

고운 심성과 지혜로움을 심어가는 곳이기를 바랍니다..

칠을 하고

동백기름을 먹였습니다.

노란 한지등 아래서

빈배라는 글자가 따뜻하게 빛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