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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이십대 초반의 나이 였을적에는

자전거는 말 그대로 제 발이었습니다..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을때는 꽤 먼 거리도 걸어다녔지만

시간이 없을 때면 어김없이 자전거를 탔습니다.

동네 자전거 가게에서 중고 사이클을 구해서

열심히 닦고 조이면서 흐뭇하게 바라보던 생각이 납니다.

몸뚱이 하나 믿던 젊은 시절이니

더운날 추운날 가리지 않고 페달을 밟았고

갑작스런 소나기엔 그냥 비를 맞으며

유치한 낭만에 젖기도 했었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바빠진다고 생각하면서도

유독 걷는일이나 이동하는 부분에서는 게을러 지는 것 같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걸어서 이삼십분이면 갈 거리도

어김없이 대중교통이나 승용차를 타고 있습니다.

여름이 시작될때쯤 우연히 자전거 가게 앞에 섰다가

마음이 쿵쿵! 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몇 주 동안 이런 저런 조사 끝에

접이식 자전거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차에 싣고 다니다가

조금이라도 시간이 허락되면 페달을 밟습니다.

이십대 때보다 체중은 불어나고

다리에 힘도 떨어지고 관절도 아프고

호흡도 금새 가빠옵니다 ^^;;

하지만,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을

그 바람의 손길을 기억합니다.

절망과 희망

두려움과 패기사이에서 방황하던

어린 그 마음을 기억합니다.

오늘은

양천구에서 일을 본후, 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고 달려

몇 년전 사무실이 있던 포이동까지 35킬로 정도를 달렸습니다.

물먹은 솜처럼 몸은 무겁고 땀에 흠뻑 젖었지만

몸은 날아갈 것 처럼 상쾌합니다.

헤드폰을 끼고, 녹음이 끝난 곡들의 모니터링을 하기도 하고

그동안 듣지 못했던 음악들, 좋아하는 팟캐스트도 실컷 들었습니다.

중간 중간 보이는 편의점 중에서

파라솔이 쳐진 의자에 앉아 한강을 바라봅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리와 가슴을 채웁니다.

올해까지 5년을 정성들여 준비했던 일들을

이제 내년부터 하나씩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모은 구슬들을 잘 꿰어서

작지만 소중한 선물들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돌아보니

열심히 걸어온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여전히 부족한 것 같아 많이 아쉽기도 합니다.

끝까지 열심히 페달을 밟아 나간다면.

그곳에 다다를수 있을거라고

조금은 지친 마음

토닥토닥 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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