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튼이

오래전에 아이와 함께 사슴벌레를 샀습니다.
넉넉한 크기의 플라스틱통과
가지고 놀수 있는 나무토막들, 톱밥 같은 것들도 샀지요.
먹이가 들어있던 봉지가 엄청 컸던 기억도 납니다 ^^
젤리 비슷한 먹이들을 하나씩 넣어두면
꽁꽁 숨어있던 녀석이 나와서 꼬야꼬야 거리며 잘 먹었고
제 몸뚱이의 몇배는 되보이는 나무토막을 조금씩 갉아서
두동강 내버리는 괴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이름을 ‘통튼이’로 지어주었습니다.
통통하고 튼튼하다는 의미랍니다.
판매하신 분께 들었던 것보다 훨씬 오래
통튼이는 1년 넘게 우리집에서 같이 살았고
아이에게 여러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통튼이가 얼마전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아이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슬펐었나 봅니다.
어느새 작은 마당에서 제일 양지 바른 곳에
조그마한 무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통튼이 무덤’이라고 직접쓴 묘비도 세워주고
정성들여 헌화도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그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통튼이가 아마 하늘나라에서 무척 고마워 하고 있을거라고.
이렇게 예쁜 무덤을 가진 사슴벌레는 흔치 않을거라고.
언젠가 우리 모두 하늘로 떠나게 될것이고
그곳에 통튼이가 멋진 사람의 모습으로 마중나와 있을지 모른다고.
아이의 얼굴이 안도와 기쁨으로 환해지는 것을 보면서
생명에 대한 고운 심성이 잘 자라기를 기원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하루에도 몇번씩 그 작은 무덤을 지나며 인사하게 되었습니다.
세상 모든 생명이
평안하기를 손모아 봅니다.